경제원론이나 미시경제이론을 강의할 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매우 중요한 이론으로 가르칩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 개념, 예컨대 단순히 소비자가 소비를 한 단위 증가시킴에 따라 추가적으로 얻어지는 효용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식의 개념풀이와 그것을 도표나 수식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면 학생들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왜 중요한지 현실경제에서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인지를 미쳐 깨닫지 못해 교수들은 열을 올려 가르치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에 대해 별로 흥미를 갖지 못하기가 쉽습니다.

그렇지만 교수가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구매)기준을 제시하는 것으로, 만약 가격이 동일할 때 한계효용이 그 이하가 되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기업가들은 적어도 가격이 한계효용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으로 가격관리정책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합니다. 또는 가격수준이 한계효용에 미치지 못할 때는 가격을 인하해야만 보다 많은 수량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원리를 시사한다고 설명합니다.


또는 기업이 제시한 가격수준에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이 구매하도록 하려면 공급자(기업)가 한계효용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원리를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에 현실경제에서 기업이 비록 동일한 가격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한계효용을 증대시킴으로써 보다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원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또는 효용에 걸맞는 가격관리정책의 하나로 옵션제도를 소개할 수 있습니다.



옵션제도와 한계효용



70년대와 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는 '십인일색(十人一色)'의 시대를 살았다. 모두들 취향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점에 가서도 한 사람이 어떤 음식을 한가지 주문하면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통일'이라 합창했다. 그런데 오늘 날 기업이 유념해야 할 중요한 시대의 변화는 이제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시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일한 상품의 소비로부터 느끼는 효용이 사람마다 다를 것임을 뜻한다.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자동차 에어백만 하더라도 고속도로 운행을 전혀 하지 않고 시내 주행이 대부분인 승객들은 높은 대가를 치르면서 장착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자동차에 이를 장착해서 강제로 소비하게 하는 것이 꼭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합리적 가격전략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 즉 높은 효용을 느끼는 서비스에 대해서만 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품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서비스를 분할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분할판매에 익숙하지 못하다. 한식집에 가면 때로는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나오는 밥상을 받는다. 어떤 반찬에는 젓가락이 한 번도 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렇지만 고객은 모든 반찬에 대해 값을 치러야 하고, 음식점에서는 손님이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은 반찬이라도 버려야 하니 쓰레기를 양산하게 된다. 반찬 세트를 다양하게 해서 고객이 선택하게 하고, 음식값도 그만큼 저렴하게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한 분할판매전략이다.

최근에는 많은 내구소비재들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품과 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고객에게 수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엔진과 본체 그리고 바퀴 등의 기본 장치 이외에도 충돌할 때 승객을 안전하게 해주는 에어백, ABS브레이크 시스템, 안전벨트, 그리고 운행하는 동안 승객을 즐겁게 해주는 라디오, CD, 비디오 등 다양한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만약 고객이 모든 장치가 달린 자동차를 구매하면, 그러한 장치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함께 구입하는 셈이 된다. 바람직한 것은 그러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치들을 가급적 선택사양 즉 옵션으로 해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만 분할 매입할 수 있어야 합리적이다.

IMF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예전에 비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효용 --- 한계효용 --- 과 대가(가격)를 세밀하게 비교하여 소비하는 합리적 소비행위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 때 모든 장치를 함께 구입하게 하면 고객에게 불필요한 비용부담을 강요해서 일부분도 판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

IMF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각 기업들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분할해서 즉 옵션으로 제시해서 고객들이 선택해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분할은 서비스를 시간 및 공간적으로 분할할 수도 있고 또는 내용물을 분할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왜 금연자인 필자가 애용하는 현대 쏘나타에는 일생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을 담배재떨이를 강제로 구입해서 달고 다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오히려 그 공간을 다른 유용한 방도로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을 현대자동차가 생각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