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원론이나 미시경제이론을 강의할 때 중요하게 가르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열등재'입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라든가 소득탄력성이 마이너스인 재화라던가 라고 개념을 정의하고 넘어가면, 왜 그 개념을 교수가 강조해서 가르치는지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그러면 경제학 원론에서 배우는 개념들은 별로 쓸모가 없는 --- 중간고사를 치룬 다음에는 --- 것들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강의실에서 교수가 개념을 설명한 다음에 현실적으로 이러한 개념이 응용되는 사례를 아울러 설명해 주거나 읽어보도록 하면 그 개념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그러한 개념에 대한 이해를 교수가 강조해서 가르치는 이유를 학생들이 보다 피부에 닿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사례는 그러한 예들입니다.




열등재: 한 번 우등재는 영원한 우등재인가?

정부는 왜 석탄산업을 보조하는가?



질문: "소득이 증가하면 상품에 대한 수요는 항상 증가하는가?"

일반적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구매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대체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그래서 소득이 증가할 때 수요가 증가하는 재화를 정상재(正常財 normal goods)라고 합니다. 그런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오히려 수요가 감소하는 재화도 있는데, 이를 열등재(劣等財 inferior goods)라고 합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는 {지난 30년간 국민 보건의료수준 변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일인당 하루 쌀에 대한 수요량이 1963년도에는 275.2그램이었다가 1970년에는 404.4그램으로 거의 50% 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1970년을 고비로 쌀의 소비량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1980년도에는 343.7그램, 그리고 1990년에는 307.1그램으로 감소하였고, 1993년도에는 285그램으로 감소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일인당 소득이 1960년대 100달러가 못 되었을 때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8000달러가 넘었는데 쌀의 소비량은 오히려 100달러 시대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를 통해 쌀은 소득의 증가에 따라 쌀의 수요가 계속 증대하였던 1960년대에는 정상재였었고, 일인당 국민소득은 계속 증가하였는데도 쌀의 수요가 오히려 감소하였던 1970년대 이후 열등재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정상재도 국민취향의 변동에 따라 열등재로 바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쇠고기에 대한 일인당 수요는 1960년도에 2.2 그램, 1970년도에는 3.3그램, 1980년도에는 7.1그램으로 10년 동안에 2배 이상 증가하였고, 1990년도에는 11.3 그램, 그리고 지난해에는 14.5그램으로 증가하여, 1960년도에 비해서는 6.5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돼지고기나 달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쇠고기, 돼지고기, 달걀은 아직도 정상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열등재와 기업의 품목선택전략

정상재와 열등재 이론은 모든 재화가 영원히 정상재일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자기가 생산하는 품목이 혹 열등재가 될 소지는 없는지, 또는 있다면 어느 경우나 또는 어떤 여건이 변동하면 열등재가 되는 것인지를 선진국 사례 등을 통해서 면밀히 검토해서, 사전에 품목을 바꾸거나 업종전환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열등재와 정부정책:

열등재 이론은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에도 중요한 함의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열등재는 저소득층이 소비하는 재화일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그 수요가 격감하고 있는 연탄이 바로 열등재입니다. 그런데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연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이니, 연탄을 제조하는 기업에서는 장기적으로 열등재에 대한 공급을 감축하게 마련입니다. 그에 따라 연탄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서민들이 소비하는 열등재인 연탄가격의 상승을 방치할 수가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석탄산업 등에 보조금 지급을 통해 열등재인 연탄가격의 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료: 손정식, 임덕호 공저, '경제학개론' (법문사, 1997), p.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