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같은 아파트 짓겠습니다.

불황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에서 여전히 잘 나가는 기업. 롯데캐슬·樂天臺라는 차별화된 브랜드로 지난해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관심을 불러모았던 업체. 올해 강동 시영1차 재개발아파트 수주전에서 업계 1위인 현대건설을 눌러 이기는 등 재건축시장에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고 있는 롯데건설을 이르는 말이다.

3년째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林勝男 사장은 롯데그룹 내에서는 대표적 ‘릴리프’ CEO다. 그룹 공채 1기 출신으로 무려 22년 동안이나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그룹의 산 증인이나 다름없다. 1982년 롯데건설이 중동시장에서 위기에 빠졌을 때, IMF 한파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회사가 적자의 늪에 빠졌을 때 그는 어김없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아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그는 과연 위기때 더 빛을 발하는 경영자인가.

'다윗이 골리앗 눌렀다.’ 지난 9월1일 한 경제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재건축 수주시장에서 롯데건설이 업계 수위인 현대건설과 대림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강동 시영1차 재개발 아파트의 시공권을 따낸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여의도 백조아파트와 미주아파트, 부산 구서동의 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 등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회사는 지난 10월말 현재 1조7,000여억원의 수주를 달성해 아파트 재건축시장의 빅4에 진입한 상태다. 재건축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2년도 채 안되는 업체로는 믿기 어려운 대약진이다.

롯데건설이 건축업계에 몰고온 돌풍의 진원은 과연 어디일까. 롯데건설 임승남(林勝男·62) 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회사로 찾아가면서 기자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임사장은 IMF 한파로 건설 경기가 바닥을 기던 1998년 4월, 그룹 내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롯데건설의 경영을 떠맡은 인물. 그뒤로 회사를 국내 재건축시장의 강자로 키워내 그룹 내에서는 ‘역시 임승남’이라는 평가를 듣게 됐다.

아파트를 브랜드화

롯데건설 본사 건물은 서울 잠원동 설악아파트 단지 안에 자리잡고 있다. 낡은 5층짜리 상가건물을 롯데건설이 롯데그룹의 다른 2개 계열사와 함께 쓰고 있다. 회사 외양만큼은 그동안 고급형 프리미엄 아파트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회사의 대외 이미지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잠시 롯데건설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이유를 대충 가늠해볼 수도 있다. 이 건물은 1978년 롯데 신격호 회장이 건설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처음 시공한 건물이기 때문이다.

설악아파트는 롯데건설의 태(胎)가 묻힌 고향인 셈이다. 회사가 20년 넘게 이곳을 본사 건물로 이용하는 까닭이다. 4층에 위치한 사장실에 들어서면 더욱 진풍경이다. 좁은 규모도 그렇지만 방 안에 회의용 소파 말고는 사장의 업무용 책상과 명패조차 없다. 호스트석 맞은편 벽면을 가득 채운 직원들의 명함판 사진들이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임사장이 외형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경영자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광경이다.

─ 회사 건물이 롯데건설의 이름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건설회사는 소비자들을 주로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만나기 때문에 본사 건물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회사 이미지와 관련한 얘기가 나오자 롯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화 전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 취임후 롯데건설이 가장 확실하게 달라진 것은 무엇입니까.

“제가 롯데건설을 맡기 전에는 그룹내 사업과 관련한 시공을 위주로 했습니다. 이를테면 롯데월드나 롯데쇼핑의 건설사업을 책임지는 회사쯤으로만 인식됐죠.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주택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임사장은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롯데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건설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화 전략을 구사했다. 롯데건설이 최근 분양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과 ‘낙천대’(樂天臺:롯데의 중국식 표현) 시리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과거 잠실 롯데월드와 부산 롯데월드를 건설본부장 직책을 맡아 직접 시공하기도 했던 그가 회사 광고에 직접 출연해 간부들에게 “호텔을 짓는다고 생각하라”고 말하는 장면은 그의 아파트 시공의 철칙과도 같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일기 시작한 아파트 브랜드화를 주도한 것은 사실상 롯데건설입니다. 자연친화적인 전원풍이 두드러진 ‘낙천대’는 일반 아파트와 차별화를 이뤘고, 고품질 프리미엄 아파트를 지향하는 ‘롯데캐슬’도 아파트 건설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기도 합니다.”

IMF 한파의 한복판에 놓여 있던 1999년 2월, 회사가 처음으로 공급한 초고층아파트 ‘롯데캐슬84’는 3대 1의 청약률을 보이며 100% 계약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국내에서는 평당 분양가 1,000만원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35대 1과 132대 1이라는 높은 청약률과 함께 100% 분양된 서울 잠원동·대치동 롯데캐슬 분양 때는 1억원이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지난 4월 인터넷을 통한 서울 화곡동 롯데 낙천대 조합원 모집에서는 불과 1분30초만에 무려 2,000명의 청약 접수가 폭주해 15초만에 정원 611가구를 초과해 버렸다. 또 11월초 건설사들의 퇴출바람 속에서 시행된 같은 아파트의 일반분양(553세대)에서도 청약률 4대 1을 기록해 잇따른 성공을 거두었다.